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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테리오파지가 병원성 세균을 공격하고 있다. 포크처럼 생긴 단백질로 세균 표면에 들러붙은 후 용해 효소를 방출해 세균의 세포벽을 괴멸시킨다. |
항생제 사용이 확대되면서 약물에 내성이 생긴 병원성 세균도 늘어나고 있다. 항생제로 사멸시킬 수 없는 이들 세균은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의학계에서는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
를 해법으로 꼽는다. 박테리오파지는 세균을 숙주로 삼아 증식하는 바이러스로 증식과정에서 세균을 괴멸시키는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특히 세균 외의 인체 세포는 공격하지 않아 위해성도 거의 없다. 과연 박테리오파지가 차세대 천연 항생제로서 기존 항생제를 무력화시키는 슈퍼박테리아로부터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까.
지난 2004년 한 환자가 미국 텍사스주 러벅에 위치한 환부치료센터(WCC)를 찾았다. 당시 그의 다리는 괴사가 일어나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WCC 센터장인 랜디 월코트 박사의 검사 결과 포도상구균 감염이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세균이 피부조직을 먹어치우고 있었던 것.
'세균 먹는 바이러스' 1915년 발견 한때 천연항생제 사용
"인체 유해 돌연변이 우려" FDA등 규제로 연구 본격화 안돼
초음파치료기 개발·세포벽 용해 효소 연구 등 최근 재조명
이렇게 원인이 확인됐지만 치료는 쉽지 않았다. 감염된 포도상구균이 항생제에 내성을 갖고 있어 그 어떤 항생제도 약효를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개월간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괴사는 계속 진행됐으며 다리 절단 외에는 환자를 살릴 방법이 없어보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3주 후 환자는 자신의 두발로 WCC를 걸어나갔다. 괴사는 멈췄으며 환부에는 새살이 돋았다. 매년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항생제 내성 세균에 감염돼 숨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례는 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과연 무엇이 이 기적을 일으켰을까. 월코트 박사가 찾아낸 신비의 치료제는 바로 ‘박테리오파지’였다.
세균을 먹고 사는 바이러스
박테리오파지는 영국의 세균학자 프레더릭 트워트와 프랑스의 펠릭스 데렐이 각각 1915년과 1917년에 독립적으로 발견한 바이러스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세포를 숙주로 한다. 크기는 세균, 즉 박테리아의 500~600분의1 정도다. 세균이 수박이라면 바이러스는 좁쌀만 하다고 할 수 있다. 박테리오파지가 보통의 바이러스와 다른 점은 오직 세균만을 먹이로 삼아 증식한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분비되는 효소가 세균의 세포벽을 용해시켜 사멸에 이르게 한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박테리오파지는 세균을 잡아먹는 살균 바이러스인 것이다.
이 같은 살균능력에 힘입어 박테리오파지는 1920년대부터 천연 항생제로 널리 쓰였다. 하지만 전성시대는 길지 않았다. 1940년대 초반 항생제인 페니실린이 대량 보급되면서 설 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박테리오파지 요법의 시술이 복잡하다는 것도 퇴출을 앞당긴 요인이 됐다. 각 세균마다 치료제가 되는 박테리오파지의 종류가 달라지는데 하나의 환부에만 100여종 이상의 세균이 서식할 수 있어 환자별로 세균의 정체를 파악하고 그에 맞춤화된 박테리오파지를 찾아 혼합하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은 것. 현재 박테리오파지를 치료제로 쓰는 곳은 의료시설이 열악한 일부 동유럽 국가에 불과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듯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던 박테리오파지가 최근 재조명되고 있다. 박테리오파지가 인류의 과도한 항생제 사용에 따른 결과물인 항생제 내성 세균들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해줄 최적의 치료제라는 이유에서다.
이는 기존 항생제와 달리 세균들이 결코 내성을 가질 수 없다는 점에 기인한다. 실제 박테리오파지는 그 자체가 생명체여서 자신의 먹잇감인 세균을 효과적으로 죽일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진화한다. 세균이 박테리오파지에 내성을 갖게 되면 그것을 무력화시킬 방법을 찾아 스스로 변화하는 것. 이 때문에 더 강한 항생제를 개발하지 않고도 항생제 내성 세균에 대응할 수 있다.
법적 규제로 인한 연구의 한계
이 같은 박테리오파지의 효과는 이미 역사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박테리오파지 연구의 메카로 불리는 그루지야의 게오르그엘리아바연구소에서만 1923년부터 지금까지 수백만명의 난치성 세균 감염 환자들을 완치시켰으며 이에 대한 100편 이상의 논문이 국제학회에 발표됐다. 여타 동유럽 국가 의학자들이 발표한 연구논문에서도 박테리오파지 요법은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황색 포도상구균, 대장균 등의 세균 감염 환자를 80~90% 완치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영국의 생명공학기업 바이오컨트롤이 항생제 내성 녹농균에 감염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박테리오파지 요법을 시행했는데 실험 대상자 중 50%의 증세가 호전됐다. 이는 일반적인 치료법을 제공 받은 환자들의 증세 호전비율 20%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것만 보면 지금 당장 박테리오파지를 항생제 내성 세균의 치료에 투입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아직도 박테리오파지 연구는 본격화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위시한 각국의 규제기관들이 의약품으로서 박테리오파지의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해 임상실험 승인조차 쉽게 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박테리오파지의 진화를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 점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진화과정에서 자칫 인체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돌연변이 출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대형 제약사들이 박테리오파지의 효용성에 주목하면서도 연구개발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것도 이 같은 현실적 한계에 기인한다.
박테리오파지 초음파 치료기
물론 박테리오파지 옹호론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FDA의 우려는 기우라고 말한다. 박테리오파지는 평범한 물 한 방울에 5,000만마리가 들어 있고 인체 내에도 수십억마리가 살고 있을 만큼 흔한 바이러스지만 지금껏 돌연변이를 일으켜 인체에 위해를 가한 사례가 단 1건도 없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제시한다.
특히 월코트 박사는 박테리오파지가 2006년 FDA의 승인을 얻어 햄버거 패티, 코울슬로 등 인스턴트 식품의 세균 오염 방지용 첨가물로 이미 활용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동일한 물질을 놓고 식품첨가물로는 안전하지만 의약품으로 쓰면 위험하다는 FDA의 발상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FDA의 맹점을 파고든 끝에 월코트 박사는 2년 전 공식적인 박테리오파지 연구의 첫발을 내디뎠다. 박테리오파지 혼합물에 대한 식품첨가물 사용을 허가 받은 미국 생명공학기업 인트라리틱스와 연합해 이 회사가 사전연구를 마친 8종의 박테리오파지에 한해 FDA의 임상실험 승인을 받아낸 것.
세균 감염성 다리 궤양 환자 39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실험에서 연구팀은 치료제로서 박테리오파지의 안전성을 확인했다. 실험기간 중 심각한 부작용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현재 100~2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효능분석에 초점을 맞춘 2단계 임상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휴대형 박테리오파지 초음파치료기 개발도 완료했다. 이 초음파치료기는 식염수와 혼합한 박테리오파지를 살포하는 동시에 초음파를 발사해 괴사된 조직을 제거함으로써 박테리오파지가 환부 깊숙이 침투하도록 도와준다.
박테리오파지 효소에 대한 연구
박테리오파지에 대한 학문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이를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미국 록펠러대학의 생물학자 빈센트 피셰티 박사의 박테리오파지 효소 연구가 대표적이다.
그는 박테리오파지 자체를 치료제로 쓰는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박테리오파지로부터 세균의 세포벽을 용해시키는 효소를 추출해 항생제를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박테리오파지가 지닌 살균 능력의 토대가 세포벽 용해 효소에 있다면 이 효소만으로도 훌륭한 항생제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피셰티 박사는 이미 다양한 박테리오파지 연구를 통해 리신(lysine)이라는 세포벽 용해 효소의 존재를 확인했으며 이를 추출ㆍ배양해 약품으로 만드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연구가 성공한다면 박테리오파지와 관련한 비합리적 규제를 피해가면서도 많은 환자들이 박테리오파지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다만 리신은 효능 측면에서 박테리오파지 자체보다 떨어진다는 게 과제다.
이처럼 박테리오파지가 차세대 항생제로서 현실 무대에 데뷔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크고 작은 장벽이 산재해 있다. FDA가 입장을 선회하지 않는 한 관련 연구가 가속화될 여지도 크지 않다. 하지만 박테리오파지 연구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박테리오파지가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해줄 것이라고 믿으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양철승기자 csyang@sed.co.kr
월가의 탐욕이 파멸 불렀다
인간의 모습 사라진 숫자의 거리 브레이크 없는 신용 부풀리기 시스템
한정연 기자·jayhan@joongang.co.kr
미국이 만든 최고의 상품인 월스트리트 투자은행들이 무너지고 있다. 5대 투자은행이던 베어스턴스가 JP모건체이스에 헐값 매각된 지 6개월 만인 9월 15일, 158년 역사를 자랑하던 4대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다. 같은 날 메릴린치는 500억 달러에 팔렸다. 세계 최대 보험회사 AIG도 정부 지원을 받는 굴욕을 당했다. 자본주의의 심장인 월가의 단단한 성벽은 왜 무너지고 있는 것인가. 이코노미스트가 그 이유와 향후 세계 시장에 미칠 파장을 분석했다. 이와 함께 이런 난국에 내 재산을 지킬 수 있는 노하우도 소개한다.
한 남자가 9월 15일 짐을 싸 리먼브러더스 본사 건물을 떠나고 있다. |
월가에서 수년간 최전방 트레이더 생활했던 A씨. 그는 입사 후 한 임원이 귀띔해 준 합격 이유를 듣고 허탈했다고 고백한다. 이 임원은 모든 면접관이 A씨가 10대 중반까지 피아노를 전공했던 점을 높이 샀다고 그에게 전했다. 손가락을 놀리는 속도가 빠를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0.1초 차이로 수백만 아니 수억 달러를 벌 수도, 잃을 수도 있는 주식과 현물을 사고파는 트레이딩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금융계의 꽃인 트레이더들도 여러 종류가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수년 동안 몸값 상한가를 쳐왔던 직종이 바로 ‘프랍 트레이더’(Proprietary trader)다. 이들은 고객의 자산을 운용하지 않는다. 이들의 고객은 자신에게 주급을 주는 소속 투자은행이다.
회사의 자산을 굴리면서 다른 트레이더들에 비해 높은 성과급을 받는다. 일반 헤지펀드의 트레이더들처럼 투자은행 소속이면서도 보통 순익의 10% 이상을 챙긴다. 큰 문제는 이처럼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된다. 프랍이 좋은 대우를 받는 이유는 투자은행의 성격이 변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고객의 자산을 불리는 대신 자기 배 채우는 데 급급했다. 파산 신청을 한 리먼브러더스가 2007년 파생상품 등을 통해 끌어들인 7000억 달러 가운데 고객 자산은 230억 달러에 불과했다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로버트 새뮤얼슨은 9월 18일 지적했다.
무디스 본사의 한 고위 소식통은 9월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2001년부터 월스트리트 금융기관들이(자기자본보다 많은 돈을 빌려 투자하는) 레버리지를 너무 많이 올리기 시작했다”며 “파산을 신청한 리먼브러더스도 이에 해당되는데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비정상적으로 올라간 레버리지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 투자은행들의 평균 레버리지는 27배였다고 한다.
특히 이 돈은 투자은행들이 자신이 만들어 낸 복잡한 금융 파생상품들을 사고파는 데 쓰였다는 점에서 월가의 도덕성을 짐작하게 해 준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를 금융대란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서브프라임 사태’는 빚을 담보로 빚을 만들어 또 다른 빚에 투자한다는 한 문장으로 단순화할 수 있다. 첫 번째 빚은 부동산이라는 실물자산을 구입하기 위해 은행이나 모기지(주택대출증권)기관에서 개인이 직접 돈을 빌리면서 발생한다.
월가는 이 빚을 쪼개고 묶어서 또 다른 빚(MBS·모기지담보부채권)을 만들었다. 1970년대의 일이다. 문제는 이 중에서 연체되기 시작한 악성 빚을 다시 혼합해 새로운 형태의 빚인 CDO(부채담보부증권)를 만들면서 불거졌다. 이름만 바뀐 빚 덩어리 CDO의 가치가 하락하면 이를 보상하는 보험상품을 만들게 된다. 이것이 신용디폴트 스와프다. 월가의 천재들은 2005년 5월 이 보험상품과 기존의 빚을 섞어 ‘합성 CDO(synthetic CDO)’라는 상품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리먼브러더스는 이 분야의 최고 강자였다.
합성 CDO를 시장에서 팔 수 있도록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를 설득한 것도 리먼브러더스였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AIG는 구제하고 리먼브러더스는 방치한 것은 일종의 괘씸죄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다른 곳과 달리 리먼브러더스는 부실 규모도 상당히 축소했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차원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월가의 큰손 조지 소로스는 ‘시장과 투자자가 서로 영향을 끼친다’는 자신의 이론을 담은 저서 『금융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2008, 위즈덤하우스)에서 현 금융위기를 “60년 동안 진행된 신용팽창 시스템의 시대가 막을 내리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1972년 이래 줄곧 성장산업이었던 금융산업에서 장기적으로 상업은행이나 투자은행의 성격이 변화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금융위기에서 초반에 안정권에 들어 있던 모건스탠리, 골드먼삭스의 위험도도 높아지고 있다. 상업은행들도 금융위기의 한복판에 놓였다. 주가가 많이 빠진 워싱턴뮤추얼, 와코비아는 물론 웰스파고, 시티뱅크 등 대부분의 대형 금융기관은 매각설, 인수합병설에 시달리고 있다. 월가에서 비롯된 금융위기의 여파는 세계 금융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정광수 미 존스홉킨스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서브프라임 사태가 금융기관들의 파산과 인수합병 등으로 그 끝이 가시화되면서 파급력의 연결고리가 그다지 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도미노가 무너질 때 앞 부분과 뒤편에 있는 것들의 간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어디가 끝나는 지점인지 알 수 없는 것과 같은 게 현재 금융위기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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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한국의 외환위기 때처럼 둑에 난 구멍이 작으면 물은 차게 마련이므로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2007년 3월 뉴센추리파이낸셜이 모기지 관련 상품 부실에서 비롯된 경영악화로 주식거래가 중지될 때 뉴욕증시(NYSE)의 시가총액은 15조4677억 달러였다. 2008년 9월 16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AIG에 브리지론 형태로 공적자금 850억 달러를 지원하자 뉴욕증시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600억 달러가 빠졌다.
18개월 동안 뉴욕증시에서 증발된 돈은 총 2조5007억 달러에 달한다. 올 9월 7일 공영 모기지기관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공적자금 2000억 달러 등을 포함해 같은 기간 미국인들이 낸 세금으로 월가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단기 유동성 자금을 제외하고 8140억 달러에 달한다. 사실상의 월가 붕괴로 인한 피해 범위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먼저 수치상 피해액인 3680억~6000억 달러는 금융파생상품 지수인 ABX가 50~70%가량 떨어진 것을 기준으로 추산된 액수다. 월가 붕괴의 피해액이 1조 달러라는 주장은 IMF의 공식 입장이다. 채권 왕으로 통하는 빌 그로스도 전 세계 주요 금융기관들의 손실액수가 1조 달러라고 주장하고 있다.
네덜란드 금융그룹인 CLSA의 크리스토퍼 우드 글로벌 전략가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리먼브러더스 파산 신청으로 기존 5000억 달러 손실에 1조 달러가 더해질 것”이라는 비관론을 펼쳤다. “유동성이라는 음악이 멈추면 결국 모든 것이 끝나겠지만 음악이 나오는 한 우리는 리듬을 타며 춤을 춰야 한다. 우리는 여전히 춤을 즐기고 있다.”
지난해 7월 척 프린스 전 시티뱅크 CEO가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러나 지금 감미로운 음악은 그쳤다. 베어스턴스,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가 모두 스텝을 멈추고 장막 뒤로 사라졌다. 문제는 남의 돈을 향한 월가의 욕심은 같은 실수를 끊임없이 반복하도록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1980년대 금융상품을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금융공학자들인 ‘퀀트’가 월가 투자은행의 핵심 보직으로 자리잡았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압류 위기에 처한 주택 소유주들을 돕겠다며 “복잡한 금융 파생상품으로 피해 규모 산출이 정확하지 않다”고 한 발언을 이끌어 낸 이들이 바로 퀀트다.
반복되는 월가의 과욕
컴퓨터의 발달도 금융상품의 복잡성을 심화시켰다. 과거 수많은 수학자와 경제학자들이 1주일 걸려 7개가량의 상품을 만들었던 데 비해 컴퓨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1주일이면 100여 개의 상품을 만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1980년대 월가에서는 차입매수(LBO:Leveraged buyout)와 저축대부조합 사건이 발생했다.
1987년 차입매수 거래로 투자수익률이 크게 늘자 연기금 등 대형 투자자들이 차입매수 시장에 몰려 들었다. 관련 상품은 점점 복잡해졌고 빚을 빚으로 갚는 일이 꼬리를 물었다. 1989년 유나이티드에어라인의 차입인수에서 은행들이 발을 빼면서 마침내 거품은 터졌다. 모기지 상품을 운용하던 저축대부조합도 같은 해 막가파식 횡령과 분식회계로 수백억 달러를 공중에 날렸다.
금융산업 경쟁력을 높이려고 미 정부가 사실상 감독기능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월가의 탐욕은 90년대 들어서도 반성의 기미가 없었다. 1998년 아시아와 러시아를 뒤흔든 외환위기 사태와 맞물려 세계 금융산업의 근간을 위협했던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사건이 일어난 것. 1993년 시작한 롱텀캐피털은 고위험 채권, 특히 국채에 집중했다.
세계적인 경제학자와 수학자들이 만들어 낸 첨단 금융공학으로 롱텀캐피털의 트레이더들은 차익거래에서 과감한 공매도 전략을 쓰는 등 큰 수익을 올렸다. 1997년 이 회사의 마이런 숄즈와 로버트 머튼은 노벨경제학상을 받기까지 했다. 전직 FRB 부의장과 노벨상 수상자들을 영입해 80년대 월가의 치욕을 벗어나려 했던 롱텀캐피털은 러시아 국채의 수익률이 크게 올라가자 이에 올인했다.
하지만 고성능 컴퓨터와 전직 FRB 부의장의 도덕성도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을 예측하지 못했다. 탐욕이 컸던 만큼 파멸의 피해도 컸다. 결국 FRB가 나섰고 36억5000만 달러의 구제금융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회사 파트너 중 일부는 지금도 월가에서 일하고 있다. 월가 퀀트와 트레이더들의 몸에 오래전부터 각인된 탐욕과 파멸의 DNA는 2008년 9월 현재까지도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현 상황의 원인을 놓고 투자은행은 신용등급 평가기관들의 책임이라고 떠넘기고, 무디스 등 평가기관들은 투자은행의 탐욕이라 치부한다. 리먼브러더스의 한 직원은 파산 신청을 한 다음날 오후(현지시간)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쇼크 상태라 할 말이 없다”며 “파산 신청을 한 것은 지주회사기 때문에 다른 부문은 조만간 일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투자은행의 한 고위급 소식통도 같은 날 통화에서 “상황은 안 좋지만 곧 잠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태풍의 눈은 조용했다. 올봄에 뉴욕주 검찰은 신용평가기관과 투자은행을 집중 조사했다. 신용평가 수수료 지급과 관련된 두 기관의 연결고리는 이로 인해 상당 부분 약해졌다. 재무부도 금융기관에 대한 감시 감독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금융위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LG그룹 주요 계열사 CEO들이 여름휴가철을 맞아 임직원들에게 읽을만한 도서 10권을 추천했다.
추천된 책들은
LG그룹 CEO들이 직접 읽은 책 가운데에서 선정해 추천평과 함께 20일 사내 인트라넷에 소개한 것으로, 경영 아이디어를 습득하고 경영 환경 및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도서들이 다수를 차지했고, 자기계발과 인간관계에 관한 책들과 고전도 포함됐다.
남 용
LG전자 부회장은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근본적인 진리는 바로 '현장'에 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세계 최고의 자동차 회사로 거듭나고 있는 도요타의 경험담을 담은 '현장경영'(오노 다이이치)을 추천했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경영인과 직원이 어떻게 하면 일 속에서 몰입을 경험하며 최적의 성과를 낼 수 있는가를 고찰한 '몰입의 경영'(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을, 차석용
LG생활건강 사장은 문화가 기업과 개인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변수임을 설명한 '딜리셔스 샌드위치'(유병률)를 소개했다.
신재철
LG CNS 사장은
경영진과 일반인들이 미래를 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도록 한 '미래를 읽는 기술'(에릭 갈랜드)을 추천했고, 김인철
LG생명과학 사장은 각 문화권의 전통과 역사를 통해 형성된 문화코드가 일상생활과 비즈니스 현장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소개한 '컬처코드'(클로테르 라파이유)의 일독을 권했다.
허영호
LG이노텍 사장은 동양학의 원리를 바탕으로 일과 직장의 중요성을 고찰한 '일'(기타오 요시타카)을, 박종응
LG데이콤 사장은 자신의 꿈을 시각화(vivid)한 후 생생하게 꿈꾸면(dream) 결국 이뤄진다는(realization) 'R=VD' 공식을 소개한 '꿈꾸는 다락방'(이지성)을 추천했다.
이밖에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인생에 힘이 돼줄 사람을 얻는 지혜를 적은 '눈사람 마커스'(잭 마이릭)을, 이희국 실트론 사장은 완전하고 조화로운 삶을 추구한 스콧 니어링의 자서전을, 김태오 서브원 사장은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쉽게 번역한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박지원)를 각각 추천도서 목록에 올렸다.